
"노인 자살은 사회적 타살… 돌봄을 넘어 신앙의 주체로“ 서울평단협, 초고령 사회 생명 존중을 위한 '제6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 세미나 개최 '제6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맞이하여 대한민국이 2024년 말 65세 이상 인구 20%를 돌파하며 본격적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가운데, 갈수록 심각해지는 노인 자살 문제의 해결과 생명 존중을 위한 가톨릭교회의 사목적 방향을 깊이 있게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회장 김진택 토마스아퀴나스) 가정생명위원회는 지난 7월 25일 명동 가톨릭회관 2층 강당에서 '초고령 사회 노인 자살 감소와 행복증진을 위한 교회의 대응'을 주제로 제6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영만(바오로) KKP상담연구소 소장이 전체 좌장을 맡아 진행된 이번 세미나는 사회복지 및 사목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적·신학적 대안을 논의했다. 김진택 서울평단협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 모두는 나이를 먹고 언젠가는 노년을 살아가게 되므로, 노인 사목은 특정 세대만을 위한 사목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교회의 사명"이라며 이번 세미나의 취지를 밝혔다. ■ "노인 자살은 개인의 유약함 아닌 사회적 타살“ 제1주제 발제자로 나선 한정란 교수(한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는 인구 10만 명당 39.9명에 달하는 압도적인 OECD 노인 자살률 1위라는 참담한 현실을 지적하며, 노인 자살이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사회적 타살'임을 강력히 주장했다. 한 교수는 "노후 빈곤이라는 경제적 위험, 유병 기간의 장기화로 인한 신체적 고통, 그리고 가족 해체와 역할 상실에서 오는 심리사회적 고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80세 이상 남성 노인의 자살률이 동일 연령 여성의 4.5배에 달하며, 독거노인의 자살 생각 경험률이 부부 동거 노인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통계를 인용하며 취약 집단에 대한 표적화된 개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박영란 교수(강남대 시니어비즈니스학과)는 초고령 사회의 새로운 고립 기제로 '디지털 소외'를 지목했다. 박 교수는 "가톨릭교회가 전국의 본당과 구역·반모임 조직을 갖춘 만큼, 공적 통합돌봄 체계가 닿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메우고 스마트 돌봄의 따뜻한 매개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자훈 관장(금천노인종합복지관) 역시 복지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단순한 수명 연장이 아닌 건강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울증 예방을 위한 노인 대상 디지털 문해력 교육 활성화와 다각적인 통합 돌봄 서비스 구축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 돌봄의 대상을 넘어 '신앙의 주체'이자 '기도의 시인'으로 제2주제에서는 노인을 바라보는 교회의 근본적인 시선과 패러다임의 전환이 촉구됐다. 발제를 맡은 박규식(암브로시오) 신부(의정부교구 선교사목국 노인사목부 담당)는 "인간의 존엄성은 나이나 능력, 생산성에 따라 달라지지 않으며, 하느님 안에서 어린이나 청년, 노인 모두 언제나 같은 크기의 존엄성을 지닌다"고 선언했다. 박 신부는 노년이 쇠퇴의 시기가 아닌 인생의 열매가 무르익어 가는 완성의 시기라며, 노인을 단순한 사목적 배려나 돌봄의 대상에서 벗어나 복음 선포자이자 공동체에 생명을 불어넣는 '기도의 시인'으로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전례 봉사자 역할 확대, 노인 신심 단체 활성화, 신앙 자서전 쓰기 등 구체적인 사목적 실행 방안을 제안했다. 지정 토론에서 유혜숙 교수(대구가톨릭대학교)는 "인간의 가치를 경제성이나 생산성으로만 평가하는 사회에 교회는 명확한 경종을 울려야 한다"며, 차량 지원이나 무장애 환경 마련 등 노인의 참여를 가로막는 본당의 구조적 제약을 개선하고 세대 통합적 접근을 통해 친교를 회복할 것을 주문했다. 이어 박진리(베리타스) 수녀(서울대교구생명위원회)는 "본당을 실제로 지탱하는 핵심 구성원이 이미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본당의 사목 계획은 젊은 층에 편중되어 있다"는 현실을 지적했다. 박 수녀는 은연중에 퍼져있는 교회 내의 '연령차별(Ageism)'을 성찰하고, 노인 건강을 단순한 의료 문제가 아닌 영성적 생명의 문제로 바라보아 '생애 말기 영성 프로그램' 등을 정규 사목 안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찬이 서평가정생명위원장의 폐회로 마무리된 이번 세미나는, 경제적 빈곤과 사회적 고립 속에서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노인들을 구출하기 위해 교회가 가장 따뜻한 영적 돌봄의 안전망이 되어야 함을 확인한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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